“ 건축은 한 장의 이미지가 아니라 스토리 텔링이에요 ”

강남구 건축사회 이상대 건축사 ㈜스페이스연 건축사사무소
강남구 건축사회 이상대 건축사 ㈜스페이스연 건축사사무소

이상대 건축사는 연세대학교와 프랑스 파리벨빌건축대학교에서 건축설계 및 이론공부를 했다. 현재 ㈜스페이스연 건축사사무소 대표로 도시와 자연 환경 속에서 일어나는 주변과의 관계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건축 작업을 하고 있고, 빛과  재료로서 표현되는 건축공간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역삼동 SAI.01(2020/서울시건축상), 육군부사관학교학록도서관(2019/건축문화대상우수상), 논현동PLATFORM12(2021/강남구아름다운건축상) 등이 있다.


사무소 창가에 멋진 느티나무가 눈에 띄는데요.
서울시 보호수인데 거의 700년 가까이 이 자리에 살아 있는 터줏대감이죠. 과거를 상상해보면 매봉산이 있고, 매봉산자락이 흘러 내려오면서 이 정자나무가 있고, 그 주변을 둘러싼 마을이 있었을 텐데... 결국 개발이라는 물결에 마을은 사라졌고 아파트가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살아있는 것이 저 나무인 거죠. 모든 건축사의 소박한 욕망은 ‘내가 설계한 건물이 오랫동안 사랑받고 좋은 기억의 장소로 살아남아 있는 것’ 같아요. 마치 저 느티나무처럼요. 그러려면 건축물에 단기적인 가치보다 근원적인 가치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가치 중 어떤 것을 지향하시나요?
건축하면서 ‘나의 지향점은 뭐다’라고 정의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사람들이 제 작업을 보면서 느껴지는 일관성이 존재할 수는 있지만요. 앞서 제 건물이 오랫동안 살아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제 건물을 지으려면 누군가가 지은 건물을 허물어야 하죠. 그래서 존재했던 건물과 마을에 대한 장소성에 대해 여러 가지 고민을 해요. 과거를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건축언어로 재해석해내는 거죠.

제가 건축사님의 건축물들을 보며 느껴지는 일관성은 ‘관계’였어요. 시공간의 흐름에서 인물 간의 관계가 짜여지는 것처럼, 하나의 이야기 같은 느낌이요.
그렇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건축은 한 장의 이미지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해요. 공동주택 설계를 예로 들면, 방의 침대에서부터 도시의 가로까지 나가는 과정인 거죠. ‘침실’ 그 자체보다, 침대에서 버스정류장까지 가는 그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강남에 사무소를 열기 전에는 어떻게 활동하셨나요?
대학 졸업 후 프랑스에 유학을 다녀와서, 1997년 첫 직장을 거쳐 1998년 대형사무소에서 10년 동안 일했어요. 대형사무소의 한계는 조직원들이 하는 역할이 분화되어 명료하다는 것이죠. 어떤 사람은 보고서만 몇 년 쓰다가 나왔다는 사람도 있고요(웃음). 저는 건축사로서 ‘나의 작업’이라고 말하려면 아이디어부터 결과물까지 관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모든 것을 컨트롤하고 결정을 해줘야 한다는 게 아니라, 끝까지 좋은 결과물이 나오도록 동참해야 한다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 독립하게 됐습니다.

강남에 사무소를 차린 계기가 있으신가요?
이곳은 강남이지만, ‘강남’답지 않아요. 조용하고 공원 속에 사무소가 있는 느낌이죠. 걸어서 5분 거리에 매봉산도 있어서 스트레스 받으면 산책도 다녀오고요. 겉은 오래되고 안은 소박하지만, 이 장소만 지닌 고유의 가치가 있어요.

설계 수업도 하고 계시는데, 요즘 대학생들이 가진 진로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옛날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어디에 진로 선택의 우선순위를 둘지 많이 고민하는 것 같아요. 대부분은 너무 과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힘들게 일하는 것보다는 여가 생활도 즐길 수 있는 직장이 어딜까 생각하고요.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급여를 많이 주는 곳을 알아보게 되죠. 그런 관점에서 보면 아틀리에는 거의 마지막 선택지가 돼요. 

말씀하신 대로 작은 규모의 사무소를 운영하는 건축사님들은 직원 채용에 큰 어려움을 겪으시더라고요. 그만큼 직원 복지를 위해 노력도 많이 하시고요. 
예전의 아틀리에라면 매일 야근하는 모습을 떠올리죠. 요즘 건축사분들은 직원들을 위해 정해진 근무 시간 내에 일을 끝낼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세요. 일주일, 한 달 과정으로 스케줄을 미리 이야기해주고 직원들이 시간을 잘 분배해서 로드맵을 진행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리더십이 필요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서울특별시건축사회에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이제 의무가입이 시작됐으니 그동안 협회에 가입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왜 안 들어왔을까, 그 사람들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가에 대해서 고찰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협회는 전문가 집단을 대변하는 단체이니까 앞으로 협회가 추구해야 할 보편적인 가치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고요.
 

이상대 건축사의 사무소 창가 자리,700년의 세월을 견뎌낸 느티나무와 마주한다.
이상대 건축사의 사무소 창가 자리,700년의 세월을 견뎌낸 느티나무와 마주한다.
역삼동 SAI.01 (2020, 제38회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
역삼동 SAI.01 (2020, 제38회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

 

학록도서관 (2019, 2019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학록도서관 (2019, 2019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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