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보도내용과 다른 사실 
지난달 10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 근린생활시설 3층 건물 철거 현장에서 중장비로 폐기물을 철거하던 중 벽체 일부가 넘어지면서 가람막이 전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광주 학동 재개발현장 붕괴사고 이후 해체공사 감리현장의 안전 강화를 위해 온 사회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일어난 사고였으나 다행히 건물의 규모도 작고 아침출근 시간 전에 일어나 인명 피해없이 바로 현장 정리를 마무리해 현장 관계자들의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던 사고였다. 

일부 언론에서 현장 관리의 부실을 지적하는 기사가 보도되고 이틀 뒤인 12일 김선갑 광진구청장이 현장을 방문해 안전점검에 나서는 등 향후 유사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김 구청장은 해체 공사 작업 전 추가 안전조치를 통해 위험요인을 제거하라고 지시한 한편 구청에서는 “감리자에 대한 행정처분을 의뢰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고의 경우 근본적 원인을 현장 감리에서 찾을 수 없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고 이후 일부 언론에서는 “2층의 천장 높이만큼 폐기물이 쌓여 위층 바닥과 닿아 있을 정도”라고 보도됐지만 실제로는 해당 건물은 지하층 없는 3층 철골철근콘크리트구조로 2층 바닥의 적치물은 3층 바닥이 철거되며 벽과 모서리 부분에 가구 등 건물마감재 위 해체잔재물이 바닥에서 30㎝ 미만으로 쌓인 상태였다. “2층의 천장 높이만큼 폐기물이 쌓여 위층 바닥과 닿아 있을 정도 쌓였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었다.


또한 1층 공간에 잭서포트가 설치되지 않아 안전에 문제가 있으며 시공자와 감리자의 잘못인 것처럼 보도된 바 있다. 이는 건축물관리법령에 따른 전문가 자격으로 “B”건축구조기술사가 작성하고 검토 확인까지 한 해체계획서를 해당구청에서 허가해 준 내용에는 잭서포트를 3층에만 설치하게 돼있고 1층엔 설치할 필요가 없다고 한 것이다. 감리자는 허가된 해체계획서를 준수해 감리업무를 수행했음에도 3층에만 잭서포트가 설치되고 1층에는 잭서포트가 설치되지 않은 것이 시공자나 감리자의 부주의로 인해 일어난 사고인 것처럼 보도된 것이다. 보도내용 대로 1층에 잭서포트를 설치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면 건축주 또는 관리자의 의뢰를 받아 해체계획서를 작성 및 검토한 “B”건축구조기술사의 잘못이며, 허가과정 에서 이를 파악하지 못한 해당구청의 잘못을 지적했어야 했다.  

 

해체공사 과정 전반의 역할 이행에 필요한 제도적 장치들
이번 사고현장을 비롯한 해체공사 현장은 해체공사 진행과정에서 다양한 건축관계자 및 전문가들의 법령 준수 및 책임감 있는 역할수행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해체계획서 작성 △해체계획서 검토 △해체공사 허가 및 심의 △해체공사 착공 및 감리업무 각 공정에서 일어나는 해체공사 전반의 역할과 책임을 철저하게 구분하고 이행하도록 했을 때 해체공사가 적법하게 진행되며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서울시건축사회에서는 해체공사 과정에서 시공자나 감리자의 한순간 방심과 부주의로 대형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 광주 재개발 현장 붕괴사고 이후 서울시가 방침으로 정한 ‘서울시 해체공사장 총괄 운영지침’을 전 회원에게 배포하고 업무에 적용토록 하고 있다. 여기에 해체공사감리자 업무 및 대가산출 표준화를 위한 해체공사감리매뉴얼을 제작중으로 향후 감리자의 업무에 적용할 예정이다. 또한 각 현장의 사고사례에 대한 감리자 직무교육 강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수시 현장점검 및 현장상황 보고시스템 등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해체공사장 안전사고 예방과 신속한 후속조치 대응에 힘쓰고 있다.


특히 해체공사감리자의 감리업무 수행을 지원하기 위한 회원업무지원·해체공사감리 상담센터를 개설해 감리자의 전문성 제고와 원활한 해체공사감리 업무에 도움을 주고 건축주나 관리자가 해체공사 진행 중 발생하는 각종 민원사항을 상담할 수 있게 했다. 대민행정 서비스 제고 및 공익을 위한 역할을 담당하고 해체공사감리업무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겠다는 취지다. 

 

사고현장에 대한 신속한 보고체계와 후속조치의 중요성 
구의동 벽체 및 가림막 전도사고의 감리자는 해체계획서를 준수해 업무를 수행했음에도 현장 감리자라는 자격 때문에 예상치 못한 사고발생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현장의 해체실무자와 감리자의 업무범위·책임 한계가 모호한 탓이다. 이번 구의동 건물 벽체 및 가시설 전도사고는 사고 접수 후 협회 관계자의 현장 조사와 감리자 대상 사고 경위를 신속하게 파악해 대처하고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는 등 신속한 후속조치의 중요성이 부각된 사례다. 사실과 다른 언론보도에는 정정보도를 요청했으며 해당 기자에게 이번 보도에 대한 해명을 요구, 정정보도 조치가 없을 경우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할 예정이다. 최근 방배동 해체공사 현장에서 일부 비내력벽 및 가시설이 넘어진 사고에 대해서도 사고 접수 후 신속한 현장조사와 대응 조치로 부당하게 책임을 져야하는 사태를 예방할 수 있었다. 현장의 안전사고 발생 즉시 구건축사회와 협회에 보고해 사고 현장조사 및 경위 파악 등 신속한 후속조치가 가능하게 한 것은 사고 현장 관련 보고시스템 운영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서울시건축사회는 감리자의 적극적인 협조로 이를 실현하겠다는 입장이다.

 

불명확한 업무범위와 허가권자의 해체공사감리자 지정의 헛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사전 현장관리도 중요하지만 사고 발생 시에 정확한 사고 경위와 원인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이에 따른 사고 발생 행위자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질 때 사고를 예방하는 효과가 클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지난달 10일 국토부의 해체공사 안전강화 방안으로 해체감리업무 불성실자는 과태료 500만원이던 처벌 기준이 2천만원으로 상향 조정됐고, 해체계획서와 다르게 시공한 자는 징역 2년 이하 또는 벌금 5천만원이하로 강화됐다. 인명피해 사고에 대한 예방 조치 차원이지만 이 같은 처벌기준 강화만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적절한 수단인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존재한다. 처벌기준을 강화하는 것보다 더 우선돼야 할 것은 해체계획서 대로 시공하고 감리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순간적으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실무자와 현장을 총괄해 감독하는 감리자의 업무범위·징계사유를 명확하게 하거나 △시공자의 등록자격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 △시공현장의 실무자 업무매뉴얼 보급 △실무자에 대한 직무교육 강화 등 실질적으로 안전사고 발생을 줄여나가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처벌기준을 강화하는 것보다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행 법령의 제도에서는 허가권자에 의해 해체공사 감리자가 지정되고 있지만 다수의 건축주나 관리자들이 철저하게 감리업무를 수행하는 감리자가 지정되면 해당 감리자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여러차례 반복해 허가를 취소하고 재지정케 함으로써 허가권자가 감리자를 지정하는 법령의 취지를 무력하게 만드는 절차부터 개정해 재지정 시 최초 지정된 감리자가 번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해당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처벌 기준  강화에도 개선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건축물관리법령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와 서울시, 우리회 등 여러 기관과 단체가 해체공사장의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해체공사 현장에서 모든 사안을 관리·감독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는 감리자가 안전에 집중할 수 있는 조건 마련에 갈 길이 멀다는 반증일 것이다. 여러차례 발생된 해체공사장 붕괴사고들의 공통점은 △시공자 △각 전문가 △허가권자 △감리자 모두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수 없는 직·간접적인 관행과 요인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더 이상의 유사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현장 관계자들의 책임감과, 그 책임감을 뒷받침하는 시스템이 조속히 마련될 수 있도록 각 관계자들의 참여와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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