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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건축 설계를 그만두는 것을 뜻하는 ‘탈건(脫建)’은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주제다. 2019년부터 건축학과에 재학 중인 필자는 그동안 수많은 동기, 선후배 학생들이 타 학과로 전과 혹은 편입, 심지어는 자퇴를 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봐 왔다. 실제로 서울 소재 모 대학교 건축학과의 경우, 2021년 이후의 졸업생 중 건축 설계 분야로 취업을 한 학생의 비율이 전체 졸업생의 절반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학부생 시절 다른 학과 학생들보다 많은 시간을 과제를 수행하는 데 보내야 한다는 인식,
학생기자
서울건축사신문
2024.04.1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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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을 잘하시니 건축 설계비를 당연히 잘 받겠죠.” 이렇게 이야기하는 클라이언트가 있었다. 속으로 ‘그래, 내가 건축 디자인을 잘하는 건 맞는 거지?’라고 반문하듯 다시 생각해 보니 어리석기 짝이 없는 자존심의 그림자일 뿐이었다. 모든 건축사는 정규 과정을 마치고 자신의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고 디자인을 잘하든 못하든 자신의 건축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이 보시기에는 디자인을 잘하고 못하고는 도토리 키 재기나 다름없을 것이다. 어쩌면 디자인을 잘하고 있다는 착각에서 먹고살기 힘든 과정을 버티고 참고 지내온 것은 아닌지 생각하
건축사의 시선
서울건축사신문
2024.04.1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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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중반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의 선구자, ‘밀러하우스’로 유명한 에로 사리넨(Eero Saarinen; 1910~1961, 미국). 수준 낮은 필자가 따분하게 보았던 영화 (2017)에서 가장 많은 작품이 언급되기도 한다. 그는 아들 에릭 사리넨이 어렸을 때 불필요한 아비였다. 할리우드 촬영감독으로 일하는 아들 에릭 사리넨은 어느 인터뷰에서 건축 때문에 멀어졌던 자신의 아버지를 회상한다. 예술가 아버지를 미워하는 아들은 아버지가 가족보다 건축이 전부인 사람이었고, 자신과 아버지 사이에는 어떤 친밀감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건축사(史)와 건축사(士)
서울건축사신문
2024.04.1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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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에 있어서 공동체는 필수재일까? 우리 사회의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해선 현실의 물리적인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동체’라는 개념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마을이나 도시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회 활동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시민의 삶과 깊게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동의 작업이 부재한 오늘날 우리의 사회는 옆집에 사는 사람조차 알지 못하며, 과거에 이웃과 교류하던 문화는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이는 OECD의 삶의 질 지표(Better life index)에서 확실히 드러난다. ‘어려움
학생기자
서울건축사신문
2024.03.05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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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좀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살아간다. 이 사회에는 여러 가지 전문가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평생 한 분야를 깊이 천착해 가는 삶을 살게 된다. 그리고 지식과 경험을 통해 꾸준히 성장해 간다. 사회 안에서 한 분야의 전문가로 살아가는 건축사는 더 훌륭한 작품을 꿈꾸며 일생 동안 매진해 간다. 톨스토이는 나날이 발전해가는 삶을 인생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여겼다. 그러한 생각 속에서 깊은 사색과 저술을 지속해 갔다. 세상에는 큰 업적을 이루고 위인으로 기억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어느 것도 한 순간에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건축사의 시선
서울건축사신문
2024.03.05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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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할 때 문제집 뒤편 모범답안은 늘 유혹의 장이다. 펴볼까 말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수없이 갈등한다. 알량한 양심 때문이었으리라. 꾸준히 책상머리에 앉았다면 학생의 본분이 공부라는 양심에 부끄럽지 않았으련만, 늘 시험을 코앞에 두고 벼락치기 하던 젊은 날 모습에 헛웃음이 지어진다. 답안 페이지를 힐끗 볼 때면 언제나 같은 생각이 찾아온다. “아니, 이리 간단한 답을 왜 몰랐을까?” 억울해서였을까, 무릎까지 탁 친다. 해답은 언제나 명쾌하다. 누구나 답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돌아가고 피해가고 지나치고⋯. 답을 보
건축사(史)와 건축사(士)
서울건축사신문
2024.03.05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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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학도를 꿈꾸던 10대 아름다운 건물들을 보며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하게 된 건축학도의 꿈. 알수록 끝없이 다양한 외형과 그리는 대로 눈앞에 실제로 지어지는 아름다운 예술인 건축에 이끌려 함부로 꿈을 꿈꾸게 되었다. 건축에 대한 것이라면 사소한 것까지 무작정 찾아 작은 활동들을 해나갔는데, 그럴수록 건축은 더 아름답고 빛나 보였다. 건축이라는 단어만 봐도 설레던 눈동자, 끝이 없는 이야기들에 온 마음이 사로잡혀 건축학도가 되고 싶은 꿈을 키우게 되었다.# 한 걸음 다가간 20대 꿈만 같았던 건축학을 전공하게 되면서 건축은 다양한
학생기자
서울건축사신문
2024.02.02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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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또렷이 기억하는 대화가 있다. 어느 외국인이 한국에선 직장인과 자영업자를 가릴 것 없이 구정(舊正)이 지나서야 비로소 한 해의 업무가 시작된다고 하면서, 연말부터 구정 사이 한 달여의 시간이 한국에서는 아무것도 결정되거나 실행되지 않고 어영부영 흘러가 버리는 시간이라고 푸념했던 것이 기억난다. 이어서 그는, 한국의 연말연시가 유독 길고 선진외국에 비하여 새해의 시작이 더디기 때문에 파트너로서 한국인과 함께 일하는 것에 불편함이 있다고 토로하였던 것도 기억한다. 설득력 있는 말이다. 신정 새해는 지났지
건축사(史)와 건축사(士)
서울건축사신문
2024.02.02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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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8년 전, 서울대 관악캠퍼스 미술대 3개 동과 음악대 3개 동의 6개 동 클러스터의 첫 번째 동(연면적 약770평, 지하 1층~지상 3층) 리모델링 설계를 진행했던 기억이 있다. 대학 캠퍼스 건축물 중에서 김수근 건축가의 하나 남은 유작이라고 들었다. 그 첫 번째 동 리모델링 작업이란 점과 도면이 없는 건물로서 현황 측량, 사용자인 미술대 요구사항, 첫 번째 동 리모델링의 개념과 공사 범위 설정, 전체 내·외장 재료 선정 등과 구조안전진단(당시 이 내용이 설계비 산출 항목에 미포함 되어 있었음), 사용자인 미술대 교수·학생 등과
건축사의 시선
서울건축사신문
2024.02.02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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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곳을 다니며 신선한 무언가를 갈구하고 탐방하는 것을 좋아하나요?”라는 질문을 상기하며 글을 시작하고 싶다. 현재의 대한민국에서는 매우 많은 이벤트 공간들이 하루하루 우리 앞에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다. 그 이벤트 공간 중 정점에 있는 것 중 하나가 팝업 스토어이다.당장 홍대와 성수, 도산에만 가보아도 이런 이벤트를 즐겨 찾는 연령층인 20~30대를 겨냥하여 하루에도 몇 개씩, 일주일이면 몇십 개의 이야기를 담은 공간이 생겼다가 없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예전에 팝업 스토어를 기획하던 공간은 빈 건물에 임시대여를 하여 진행
학생기자
서울건축사신문
2024.01.0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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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고유성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가치관을 가진다. ‘나’라는 사람은 조금 더 긍정적이고 즐거우며, 아름다운 쪽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사람이다. 그렇다 보니 어떤 시작이든 늘 설레고 아름다웠지만, 끝은 그렇지 못한 적이 종종 있었다. 사무실을 시작한 2021년에는 역시나 세상이 너무 아름다웠다. 알고 지내던 선후배들을 통해 축하 인사를 받고 같이 일을 해보자는 제안도 많이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러다가 금방 자리 잡고 회사가 기하급수로 커지는 행복 회로가 가동하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모르고
건축사의 시선
서울건축사신문
2024.01.0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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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학교에서 주관하는 ‘2022년도 건축대학 하계 로마 국제 워크숍’에 참가해 직접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로마에 도착한 후 처음 들었던 생각은 도시가 역사 그 자체라 할 정도로, 옛 모습 하나하나가 저장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건축물 하나만으로 역사가 되는 것이 아닌 주변의 광장, 인근의 다양한 집들이 더해져 하나의 시간의 흐름, 즉 맥락을 보여주고 있었다. 현재의 서울은 주요의 유적지나 문화유산만 남겨 놓은 상태로 개발이 진행되어 있다. 서울의 북촌마을이나 역사를 나타내는 경복궁 등 역사문화도시라는 것을
학생기자
서울건축사신문
2023.12.0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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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먼 포스터의 “세인트 메리엑스 타워”에 매료되어, 대학원을 마치고 런던으로 무작정 건너갔다. 운이 좋게도 런던에 소규모 아뜰리에가 모여 있는 Chance St.의 건축설계사무소에 어렵사리 취업할 수 있었다.영국 현지의 건축디자인을 배우고 싶은 마음에 도면 작업과 모형 작업에 밤낮을 잊어가며 살았다. 당시 런던의 소규모 사무소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적은 월급에 일은 무척이나 고되었다. 밤을 새가며 모형을 만들다가 이탈리아 동료와 늦은 밤 함께 마셨던 진한 에스프레소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때의 고생이 당시에는 무척이나 힘들었지
건축사의 시선
서울건축사신문
2023.12.0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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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이렇게 한가롭게 지나가는 듯하다. 작년부터 불경기가 예측되더니 올해는 있던 사업도 접히고 신규 사업은 미루어지는 등 움직이는 사업장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대수선하겠다고, 신축하겠다고 설계 계약금 준비해서 연락한다던 몇몇 건축주도 꿩 구워 먹은 지 오래 ⋯. 사업이야 사정 풀리면 나중에 해도 그만인 것을, 다들 안녕히 잘 지내시기를 바라본다. 걱정은 내년 사정이 더 어둡다는 것. 터널이 눈앞인데, 좁고 어둡고 길어 보인다. 2024년은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란다. 청색은 동쪽, 용은 곤룡포에 새겨진다. 용은 천자나 국왕을
건축사(史)와 건축사(士)
서울건축사신문
2023.12.0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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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산업 전반이 디지털 혁신을 통해 생산성과 고부가가치 창출을 이뤄내고 있다. 그러나 건설업의 생산성은 선진국 대비 50% 수준으로 하위권에 자리 잡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2020년 자료에 따르면 디지털화 수준이 높은 산업일수록 생산성 증가율이 높은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산업, 정보통신업, 어업, 농업 등 총 22개의 산업을 비교분석한 결과, 건설산업의 디지털화 수준과 생산성 증가율은 어업, 농업보다 낮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건설산업의 디지털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국토교통부는 ‘2030
학생기자
서울건축사신문
2023.11.0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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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 중에서 연령이 만 45세 이하인 사람들을 ‘신진건축사’라고 부르고 있다. 건축사법에는 건축사에 대한 정의만 있을 뿐 신진건축사는 언급되지 않는다. 그럼 언제부터 신진건축사를 구분했을까? 대한건축사협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보니 꽤 오래 전인 2012년에도 설계공모시범사업 추진을 위해 신진건축사를 구분하기도 했었다. 필자의 경우에는 2020년 도봉119안전센터 신축공사 현상설계에서 처음으로 신진건축사라는 단어를 접하게 되었는데, 당시 현상설계가 제한공모 방식으로 신진건축사의 참여 기회 확대를 위해 연령이 제한되어 진행되었으며,
건축사의 시선
서울건축사신문
2023.11.0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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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후반인 1867년, 20세기를 화려하게 장식한 거장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태어났다. 역사(歷史)는 그가 혹시나 외로울까봐 염려했는지 얼마 지나지 않은 1887년 또 한 명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가 태어났다. 두 거장은 현대건축사(史)에 지대한 발자취를 남기고 20세기 중반, 비슷한 시기에 별이 됐다. 그 후로 육십여 년이 지났음에도 오늘 건축사업(業)을 영위하고 있는 모든 건축사와 건축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생생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두 세기를 걸쳐 살아온 그들은 19세기의 건축 전통을 비판했고 20세기에는
건축사(史)와 건축사(士)
서울건축사신문
2023.11.0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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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까지 열리는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SBAU)는 ‘땅의 도시, 땅의 건축’이라는 주제 아래 주제전(展), 서울 100년 마스터플랜전, 게스트시티전, 서울의 현장성을 통해 주제를 논의하는 현장 프로젝트와 함께 국제 스튜디오, 교육 프로그램 등의 참여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서울의 미래를 그리는 장을 제공하고 있다. 비엔날레의 한 부문인 ‘서울 100년 마스터플랜전’은 친환경 고밀도시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전시로, 국제 공모로 선정된 작가 40팀과 초청작가 13팀의 제안을 소개한다. 이 전시의 마스터플랜은 서울이라는
학생기자
서울건축사신문
2023.10.0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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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건축계의 인력난이 큰 이슈로 다루어지는 것을 보면서 한때 건축학과가 의대 다음으로 인기 있는 학과였던 시절을 떠올리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반면, 위상이 날로 높아지는 ‘의사’라는 전문가 집단을 보면서 다시 우리 건축사의 위상을 생각해 보게 된다. 이 글에서는 의사들의 권위와 부의 획득 과정을 소고함으로써 대중에게 ‘건축사’라는 직업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전문가적 권위를 획득하기 위해 건축사다운 면모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폴 스타는 그의 퓰리처상 수장작인 라는 책을 통해 수 세기에 걸쳐 연
건축사의 시선
서울건축사신문
2023.10.0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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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 출판된 에서 언급된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 중 가장 관심을 끌었던 키워드가 ‘공간력’이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몹쓸 전염병으로 2년여 동안 ‘선량한 시민들’이 강제로 ‘감금(監禁)’을 당했으니 탈출하고픈 욕구가 오죽했으랴. 답답했던 ‘집’이 아니라면 어떠한 공간이라도 상관없었다. ‘너’를 만나고 ‘우리’가 함께할 수만 있다면 그만이었다. 디지털 가상공간을 뒤로 하고 우리의 오감을 휘감고 생생하게 존재하는 ‘실제 공간’을 그리워했다. 그렇게 지난 한 해를 강타했던 팝업 스토어(pop-up
건축사(史)와 건축사(士)
서울건축사신문
2023.10.05 1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