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축 저작권과 관련한 판결이 이슈다. 2019년 11월 부산의 모 건축사가, 곽희수 건축사가 설계한 카페 건축물과 똑 닮은 건축물을 발견하여 소셜미디어에 공유하였고 일파만파 건축계로 퍼져나갔다. 이 소식은 곽희수 건축사까지 닿았고 결국 설계자인 이뎀건축사사무소가 울산의 모 카페의 건축주와 건축사사무소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되었다. 4년여의 공방 끝에 해당 법원은 ‘피고인 건축사사무소가 원고인 이뎀건축사사무소에게 5,000만원을 배상하고, 피고인 건축주는 건물을 철거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동안 건축 저작권과 관련한 소송은 여러 번 있었지만 대부분 경제적인 배상이나 사과문 게재 등의 판결만 내려오던 터라 전면 철거라는 이례적 판결에 건축계의 반응이 뜨겁다.
  이번 판결에서 주목할 부분은 큰 자본이 투입된 건축물의 철거 명령이다. 이는 타 예술 분야와 비교해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건축 분야에 무척이나 파격적인 판결이다. 피고는 건축물의 창작성이 인정되는 부분만 분리해 철거하는 것으로 맞섰지만 창작성에 있어 부분 철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그동안 저작권과 관련하여 승소하더라도 실익이 없는 소송으로 인해 저작권 침해를 인지하고서도 나서지 못하는 건축사가 대부분이었다. 건축 저작권은 건축사에게 무용한 권리처럼 치부되어 온 풍토에서 이 사건은 창작의 권리에 대한 우리의 무뎌진 심상에 경종을 울린 사건임엔 틀림없다.
  그리고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표절이 의심되는 행위를 주변 동료 건축사들이 발견하고 비판하면서 사건이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SNS에는 이 사건의 발단과 결과에 대한 수많은 게시물이 올라왔으며 많은 건축계 동료들에 의해 공유되고 비판되었다. 이것은 건축의 창작성에 대해 예민하게 인식하고 존중하는 의식을 가진 동료 건축사들이 매우 많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며, 건축 저작권의 보호에 있어서 건축사들의 높은 갈망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창작에서 저작권 침해 여부의 판단은 심리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정량화되기가 어렵다. 간혹 피해를 보더라도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므로 악용되기 쉽다. 준공 건축물이 아닌 설계공모와 같은 건축계획 부분에서는 이러한 일이 더욱 비일비재하다. 협회 차원에서 저작권 보호 센터를 마련하여 비교적 영세한 건축사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기념비적인 판결이 건축 저작권에 대한 표절의 정도와 결과에 집중되기보다 창작을 대하는 우리 자신에 대한 윤리와 태도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창작은 모방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모방뿐인 창작은 창작이라고 할 수 없다. 이번 판결이 창작에 진심인 건축사들의 그간의 노고와 진정성에 조금이나마 보답이 된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하면서 앞으로 창작에 대한 우리의 태도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서울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