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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을 잘하시니 건축 설계비를 당연히 잘 받겠죠.” 이렇게 이야기하는 클라이언트가 있었다. 속으로 ‘그래, 내가 건축 디자인을 잘하는 건 맞는 거지?’라고 반문하듯 다시 생각해 보니 어리석기 짝이 없는 자존심의 그림자일 뿐이었다. 모든 건축사는 정규 과정을 마치고 자신의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고 디자인을 잘하든 못하든 자신의 건축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이 보시기에는 디자인을 잘하고 못하고는 도토리 키 재기나 다름없을 것이다. 어쩌면 디자인을 잘하고 있다는 착각에서 먹고살기 힘든 과정을 버티고 참고 지내온 것은 아닌지 생각하
건축사의 시선
서울건축사신문
2024.04.1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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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좀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살아간다. 이 사회에는 여러 가지 전문가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평생 한 분야를 깊이 천착해 가는 삶을 살게 된다. 그리고 지식과 경험을 통해 꾸준히 성장해 간다. 사회 안에서 한 분야의 전문가로 살아가는 건축사는 더 훌륭한 작품을 꿈꾸며 일생 동안 매진해 간다. 톨스토이는 나날이 발전해가는 삶을 인생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여겼다. 그러한 생각 속에서 깊은 사색과 저술을 지속해 갔다. 세상에는 큰 업적을 이루고 위인으로 기억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어느 것도 한 순간에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건축사의 시선
서울건축사신문
2024.03.05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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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8년 전, 서울대 관악캠퍼스 미술대 3개 동과 음악대 3개 동의 6개 동 클러스터의 첫 번째 동(연면적 약770평, 지하 1층~지상 3층) 리모델링 설계를 진행했던 기억이 있다. 대학 캠퍼스 건축물 중에서 김수근 건축가의 하나 남은 유작이라고 들었다. 그 첫 번째 동 리모델링 작업이란 점과 도면이 없는 건물로서 현황 측량, 사용자인 미술대 요구사항, 첫 번째 동 리모델링의 개념과 공사 범위 설정, 전체 내·외장 재료 선정 등과 구조안전진단(당시 이 내용이 설계비 산출 항목에 미포함 되어 있었음), 사용자인 미술대 교수·학생 등과
건축사의 시선
서울건축사신문
2024.02.02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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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고유성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가치관을 가진다. ‘나’라는 사람은 조금 더 긍정적이고 즐거우며, 아름다운 쪽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사람이다. 그렇다 보니 어떤 시작이든 늘 설레고 아름다웠지만, 끝은 그렇지 못한 적이 종종 있었다. 사무실을 시작한 2021년에는 역시나 세상이 너무 아름다웠다. 알고 지내던 선후배들을 통해 축하 인사를 받고 같이 일을 해보자는 제안도 많이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러다가 금방 자리 잡고 회사가 기하급수로 커지는 행복 회로가 가동하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모르고
건축사의 시선
서울건축사신문
2024.01.0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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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먼 포스터의 “세인트 메리엑스 타워”에 매료되어, 대학원을 마치고 런던으로 무작정 건너갔다. 운이 좋게도 런던에 소규모 아뜰리에가 모여 있는 Chance St.의 건축설계사무소에 어렵사리 취업할 수 있었다.영국 현지의 건축디자인을 배우고 싶은 마음에 도면 작업과 모형 작업에 밤낮을 잊어가며 살았다. 당시 런던의 소규모 사무소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적은 월급에 일은 무척이나 고되었다. 밤을 새가며 모형을 만들다가 이탈리아 동료와 늦은 밤 함께 마셨던 진한 에스프레소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때의 고생이 당시에는 무척이나 힘들었지
건축사의 시선
서울건축사신문
2023.12.0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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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 중에서 연령이 만 45세 이하인 사람들을 ‘신진건축사’라고 부르고 있다. 건축사법에는 건축사에 대한 정의만 있을 뿐 신진건축사는 언급되지 않는다. 그럼 언제부터 신진건축사를 구분했을까? 대한건축사협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보니 꽤 오래 전인 2012년에도 설계공모시범사업 추진을 위해 신진건축사를 구분하기도 했었다. 필자의 경우에는 2020년 도봉119안전센터 신축공사 현상설계에서 처음으로 신진건축사라는 단어를 접하게 되었는데, 당시 현상설계가 제한공모 방식으로 신진건축사의 참여 기회 확대를 위해 연령이 제한되어 진행되었으며,
건축사의 시선
서울건축사신문
2023.11.0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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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건축계의 인력난이 큰 이슈로 다루어지는 것을 보면서 한때 건축학과가 의대 다음으로 인기 있는 학과였던 시절을 떠올리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반면, 위상이 날로 높아지는 ‘의사’라는 전문가 집단을 보면서 다시 우리 건축사의 위상을 생각해 보게 된다. 이 글에서는 의사들의 권위와 부의 획득 과정을 소고함으로써 대중에게 ‘건축사’라는 직업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전문가적 권위를 획득하기 위해 건축사다운 면모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폴 스타는 그의 퓰리처상 수장작인 라는 책을 통해 수 세기에 걸쳐 연
건축사의 시선
서울건축사신문
2023.10.0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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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에서 실시하는 건축사 무료 상담에 참여하면 위반건축물과 관련한 건축주의 다양한 사례를 접하게 된다.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이 위반건축물로 적발되어 이행강제금이 부과되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상담하는 사례가 다반사이다. 위반의 종류에는 발코니 확장, 용도변경, 상가 점포 앞에 테라스를 만들고 천막 지붕을 씌운 경우 등 다양한 사례를 접하게 된다. 건축주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수 있으나 허가 또는 신고되지 않은 건축물은 모두 위반건축물로 간주한다.일반적으로 위반건축물은 허가 또는 신고를 이행하지 않고 무허가로 행하는
건축사의 시선
서울건축사신문
2023.09.05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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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관련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나면 항상 법이 새로 만들어지거나 개정되곤 한다. 법이 수시로 바뀌다 보니 법이 바뀌었다고 해도 게을러, 바쁘면 대충 읽고 무슨 뜻인지 이해 못 해도 그냥 넘어가기 일쑤다. 그런데 건축은 업의 특성상 법에 민감하다, 법 문구 하나에 사업이 미뤄지거나 무산될 수도 있어 실무에서 이런 개정된 법 때문에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서울특별시 건축조례 제7조(기능 및 절차 등)①항제2호 구 위원회 심의사항 라목에 따른 ‘3) 굴착 깊이의 2배 범위 내(경사지의 경우 수평투영거리) 노후건축물(RC조
건축사의 시선
서울건축사신문
2023.08.07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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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란 테두리의 업을 하면서 남다른 취미를 갖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학기 때는 교양수업 자체를 포기해야 할 정도의 커리큘럼과 설계 수업에 파묻혀 다른 것들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취업하고 나서는 야근과 철야를 밥 먹듯 하니 일 끝나면 쉬기 바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취미와 비슷한 관심사라는 것이 건축의 테두리 안에서 형성되었고, 그 안에서 시기마다 다른 관심사를 갖게 되었다.학생 때는 기성 건축사들이 작업했던 건물들의 잘 정리된 사진과 멋들어진 다이어그램 등을 보면서 건축물의 형태와 그 표현기법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도서
건축사의 시선
서울건축사신문
2023.07.1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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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본업이 아닌 부동산신탁회사에서 오랜기간 종사해오다가 퇴임 후 개인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한 후 5년의 시간이 지나고 있다.건축사협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3인 이하 소규모 1인 건축사사무소가 전체 건축사사무소 중 50%에 달한다고 한다. 소규모 건축사사무소는 대형업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인력, 규모, 장비 등 많은 제약이 있어 설계 등 수주 업무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양극화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현실이다.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협회 차원에서 소규모 건축사사무소의 현실을 고려하여 새로운 업무 발굴과 협
건축사의 시선
서울건축사신문
2023.06.0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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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건축은 1970-80년대의 양적 팽창의 시대를 거쳐 2000년대 이후 품질 확보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초 감리전문회사를 통한 감리제도의 변경으로 시공품질의 확보를 위한 제도가 정착되면서 건축사 혹은 건축사 사무소는 시공에 참여하는 것이 일정 부분 제한되었다. 특히 공공건축물에 있어서 설계자가 시공에 참여하는 것은 설계의 잘못이나 변경 이외에는 어려운 일이 되었다. 감리업무세부기준에서 “공사감리자는 시공 전에 설계도서의 각종 재료를 확인한 후 이의 변경이 필요한 경우에는 건축주 또는 공사시공자와
건축사의 시선
서울건축사신문
2023.05.1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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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4월인데 ‘건축사의 시선’은 꽃이 아닌 ‘돈’에 머물러 본다. 누구나 좋아하는 돈, 싫어하는 사람이 차마 있을까? 그런데 희한한 건, 다들 돈 좋아하면서 그걸 굳이 입 밖으로 내면 천박하네 교양 없네 하며 타박받기 일쑤다. 돈이 양면이듯 사람 마음도 그에 따라 양면인가.필자가 건설회사 직원이었을 때, 어느날 신문에서 ‘전문직 평균 소득 순위’에 대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세무사, 변리사, 변호사 등 우리가 보통 아는 10개 전문직에 대한 내용이었다. 다른 전문직의 순위는 기억이 확실치 않고, 되고자 바라던 건축사가 10위,
건축사의 시선
서울건축사신문
2023.04.1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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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월 30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틀째 되는 날, 안토니오 가우디의 성가족 대성당에서 하루를 보낸다. 가우디 작품의 성가족 대성당 외부를 오전 내내 세 바퀴를 돌고서 점심을 대충 먹고 오후에 내부를 들어갈 수 있었다. 가우디의 상상력과 자연의 나무와 꽃, 성경의 의미, 철학적 비유 등을 돌조각과 유리, 철구조 장식물들이 다른 세상 아니 천국에 와 있는듯하다.가우디는 성가족 성당을 설계하면서, 현장에서 건설 인부들과 직접 일을 하면서 생을 마감했다. 그의 간략한 일생을 들으며 마지막 죽음이 하도 허망해서 눈물이 흘렀다. 가우디
건축사의 시선
서울건축사신문
2023.03.0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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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연말 한파가 매섭다. 부동산경기와 건설경기가 얼어붙은 시국이다. 새밑 바람이 뼛속까지 스며드는 혹한의 한파와 더불어 경기 체감지수까지 얼어 더욱 피부로 와닿게 하는 계절이다. 한해를 마감하는 연말, 크리스마스트리로 도시의 곳곳은 장식되며 들뜬 마음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매서운 경기는 녹을 줄 모른다.무모하지만 비장한 각오로 추위를 녹일 열정으로 2022년 12월 건축사사무소 개소를 결심하고 광야에 몸을 던졌다. 누구는 좋은 시기에 시작하고, 누구는 어려운 시기에 시작한다. 그 시작이 어떠하든지 간에 중요한 것은 물러섬 없
건축사의 시선
서울건축사신문
2023.02.1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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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외피가, 껍질이 두꺼워지고 기밀해졌다. 완벽한 밀폐성을 갖추게 되었다. 에너지절약설계기준의 결과다. 단열성, 기밀성, 밀폐성을 높힘으로 에너지는 절감되었으나 그 반대급부의 우려도 만만치 않다. 고기밀화 된 기밀성 1등급 건축은 완벽하게 외기환경과의 차단을 의미하므로 자연통기 성능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 이를테면 외기와의 호흡이 안되는 ‘무호흡 건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건축의 기밀성이 높아지면 실내공기흐름이 멈추게 되어 자연적인 습도조절이 안되게 된다. 그래서 결국 인간은 답답한 환경에 놓이게 되고 무기력해지고
건축사의 시선
서울건축사신문
2023.02.1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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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건축사로서 업무를 보다가 문득 ‘허가권자 지정감리는 왜 주택을 포함하는 건축물만 하는가’라는 의문이 생겼다. 허가권자 지정감리에서 예외로 되는 경우는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른 신기술을 적용하여 설계한 건축물, 「건축서비스진흥법」에 따른 역량있는 건축사가 설계한 건축물, 설계공모를 통하여 설계한 건축물로 되어있다.이중 신기술부분은 신기술을 가지고 있는 건축사로 되어있고, 「건설서비스진흥법 시행령」제11조(역량있는건축사에 대한 지원 등)에서 역량있는 건축사는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또는 외국 정부가 발주한 국내공모전 또는 국
건축사의 시선
서울건축사신문
2022.12.2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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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 뭐라고 생각해?”학교를 졸업하고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직원에게 묻는다. 만약, 학생 신분으로 교수님이 이런 질문을 했다면 눈에 힘을 주며 막힘없이 이야기했을 직원은 이 질문으로 자신을 평가할 거라는 생각에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하기를 주저한다. 사실 이 질문은 내가 가진 답을 이야기해주기 위한 것이다. ‘건축 디자인은 건축 사업을 시작하고자 하는 건축주부터 공사가 완료되는 순간까지 그 과정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이 모두 디자이너가 되어 완성되는 것이다. 거기에 추가한다면 완성된 건물을 이용하는 사용자의 마음까지도 디자인이
건축사의 시선
서울건축사신문
2022.12.0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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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헌법에서 부터 각종 법률에 이르기까지 주거환경과 건축 관련 수많은 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늘 법규를 접하는 건축사로서 개별법 조항과 하위법령이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된다. 최근 서울지역 집중호우가 불러온 반지하주택 참사는 우리 건축 환경의 부끄러운 모습이 수면위로 떠오른 사건으로 모든 건축주체의 각성이 필요하다. 먼저, 주거환경과 건축 관련 중요한 몇 가지 법조문을 살펴보자.헌법 제35조 ①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건축사의 시선
서울건축사신문
2022.10.2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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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건축사로서 고민하는 여러 가지 것 중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문제가 하나가 있었다. 그것은 건축의 완성은 과연 언제인가? 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 집을 철거하기 전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건축물대장이 완성되어야 한다고 하고, 누군가는 완성은 없다고 한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건축은 집을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여러 의미가 있기에 더 쉽게 답하기 힘들다. 과연 건축이란 시작은 있지만, 끝이 없는 것일까? 건축 디자인을 시작하게 되면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대지를 분석하고 개념을 도출하여, 공간과 형태를 통해 구축하면서 실
건축사의 시선
서울건축사신문
2022.08.19 2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