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채원_ 본지 학생기자(인천대학교 건축공학부)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산업 전반이 디지털 혁신을 통해 생산성과 고부가가치 창출을 이뤄내고 있다. 그러나 건설업의 생산성은 선진국 대비 50% 수준으로 하위권에 자리 잡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2020년 자료에 따르면 디지털화 수준이 높은 산업일수록 생산성 증가율이 높은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산업, 정보통신업, 어업, 농업 등 총 22개의 산업을 비교분석한 결과, 건설산업의 디지털화 수준과 생산성 증가율은 어업, 농업보다 낮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건설산업의 디지털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국토교통부는 ‘2030 건설 전 과정 디지털화·자동화’를 목표로 <스마트 건설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스마트 건설 활성화 방안>의 핵심 과제는 ① 1000억 이상 공공공사에 대해 건설 전 과정 BIM도입 의무화, ② 표준시방서 등 건설기준 디지털화, ③ BIM 안착을 위한 제도 정비 및 전문 인력 양성 추진으로 요약된다.

건설산업의 디지털화를 위한 기반, BIM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은 건설 전(全) 단계에 걸쳐 디지털화된 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 건설 실현을 위한 기본 툴(tool)이다. 선과 호로 작성되는 CAD 도면과 달리, BIM은 도면 작성 시에 건설 부재를 도면 객체로 작성함으로써 컴퓨터 연산 기능을 이용한 건설 엔지니어링 분석 기능을 지원받을 수 있다. 또한 현장의 다양한 관계자가 현장의 각 공정 단계에서 설계, 시공 현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비용, 자원을 절약할 수 있으며 공정별 다양한 위험 상황 예측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3차원 비정형 건축물,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BIM이 적극 활용된 사례 중 하나다. DDP의 상징인 외장 면의 알루미늄 패널은 각기 다른 크기와 곡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BIM의 적극 활용이 요구됐다. 초기 디자인 작업은 물론, 비정형 설계의 기하학적 정의와 시공성 검토, 각 공종별 간섭 체크를 통한 설계 오류 개선, 공사비 내역 산출, 시공성과 유지관리 효과에 이르기까지 건축 전 과정에 BIM을 활용해 시공성과 경제성을 극대화하였다. 이처럼 BIM은 정형 건축물에서 더 나아가 비정형 건축물 설계 프로세스의 필수 요소가 되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BIM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19년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BIM 활용 수준 분석 결과, ‘전혀 활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중이 55.2%로 가장 높았으며, ‘관련 기술에 대해 모른다’로 응답한 기업이 29.4%로 BIM을 모르거나 활용하지 않는 기업이 전체의 약 84.6%로 조사되었다.

건설산업의 디지털화를 위한 우리의 태도
  중세의 지식인들은 콜럼버스와 마찬가지로 지구가 구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서회항로가 가능하다고 예상은 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해 실천에 옮기지 않았다. 하지만 콜럼버스는 이를 체계화하고 실행에 옮겨 결국 서회항로를 성공시켰다. 그가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결정적 요인은 바로 ‘집요함’이다.
  건설산업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활용해야 한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 문제는 그저 알고 있는 데서 멈춰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바다 그 너머를 보아야 한다. 비록 항해를 준비하는 과정이, 그리고 항해하는 과정이 수월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저 지식인에서만 머무를 것인지, 개척자가 되어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것인지를 정할 때가 왔다. 디지털 혁신을 향한 집요함이 우리 건설산업을 혁명의 길로 안내할 것이다.


참고 자료: 스마트건설기술 현장 적용 가이드라인(국토교통부, 2021) / 스마트 건설기술 활용 실태와 기술전략의 방향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2018) / 국내 BIM 수준 및 현황(한국건설기술연구원,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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