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환 본지 집필위원(터·울 건축사사무소)

  사람들은 좀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살아간다. 이 사회에는 여러 가지 전문가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평생 한 분야를 깊이 천착해 가는 삶을 살게 된다. 그리고 지식과 경험을 통해 꾸준히 성장해 간다. 사회 안에서 한 분야의 전문가로 살아가는 건축사는 더 훌륭한 작품을 꿈꾸며 일생 동안 매진해 간다.
  톨스토이는 나날이 발전해가는 삶을 인생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여겼다. 그러한 생각 속에서 깊은 사색과 저술을 지속해 갔다. 세상에는 큰 업적을 이루고 위인으로 기억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어느 것도 한 순간에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발원지의 작은 물줄기가 대하를 이루듯 일상의 노력이 쌓여 큰 결실을 맺을 수 있다.
  건축사 자격을 갖춘 사람들은 5년마다 등록 갱신을 하게 되어 있다. 갱신 조건으로 윤리, 전문교육, 자기 계발 등 일정한 교육시간을 채우도록 하고 있다. 자기 계발 시간에는 전국건축사대회 같은 행사 참가나 동호회 활동 등도 일부 포함된다. 그런데 그 교육 중에서 정말 유용하게 와 닿아 기억에 남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자발적으로 참가했던 ‘친환경 건축 아카데미’ 등이 더 기억에 남는다. 본질적으로 전문가인 건축사가 추구하는 길은 우수한 건축 창작이다.
  건축사에게 건축 창작이야말로 연구 활동이고 실질적인 자기 계발 과정이다. 건축의 가치와 재료 및 실현 방식의 탐구, 사례조사 등에서 전문적인 지식의 단련과 자기 계발이 수행된다. 그에 비춰 볼 때 집합식 의무 교육은 형식적이고 피동적으로 다가올 때가 많다. 현행 규정과 다른 내용이나 질문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교육에 참가한 회원들은 교육 내용이 무엇이건 각자에게 크게 와 닿건 그렇지 않건 정해진 이수 시간을 채우기 위해 그대로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는 건축사 본연의 창작 활동과 발전에 도움이 되는 교육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건축사의 창작 활동에 필요한 교육이란 일정한 틀이 정해질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각자의 개성과 지향하는 바에 따라 노력 방향도 달라지게 된다. 모든 노력의 결과는 스스로 열망하며 집념에 사로잡혀 천착해 가는 과정 속에서 크게 성취될 수 있다. 르코르뷔지에는 독학을 통해 건축 전문가가 되었고 평생 스스로를 갈고 닦는 노력을 지속해 위대한 작품들을 남겼다. 그는 ‘동방 여행’ 등을 통해 역사적인 건축물을 돌아보고 건축에 눈을 뜨면서 “나의 스승은 역사이다” 라는 말을 했다. 그리고 평생 그림을 그려가면서 “사람들은 건축가로서 나밖에 모른다. 하지만 건축이라는 것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은 그림이라는 운하를 통해서이다” 라고 했다.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평생 자기 계발을 했다.
  이 사회에서 건축사가 본연의 중요한 역할로 자리매김하는 길은 좋은 건축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전문가로서 지속적으로 발전해가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건축사가 다 같은 건축을 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어느 단계 이상에 오른 전문가에게 있어 자기 세계를 형성하는 길도 어떤 틀이 있을 수 없다. 모든 학문과 예술에 공통적으로 자양분을 형성하는 것은 철학, 사상, 역사, 예술 등 좀 더 근원적인 인문적 지식과 소양의 힘이 클 것이다. 전문교육이라 해서 ‘전공’에 국한하기보다 그러한 내용들을 포함하면 더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소양을 기르고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가운데 영감을 떠올리고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이 진정한 발전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평소 스스로 실천하는 각자의 노력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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